
2026년 3월 6일, 극장 어딘가에서 조용히 숫자 하나가 바뀌었다. 1,000만.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3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서른네 번째 천만 영화.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에 이어 사극으로는 네 번째 기록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이 봤냐고 묻지 않았다.
결말을 알고 들어갔지만, 나오면서 울었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다.
영화의 중심에는 조선 제6대 왕 단종이 있다.
1441년에 태어나 1452년, 열두 살에 왕위에 올랐다.
어머니 현덕왕후는 그가 태어나던 날 숨졌고,
아버지 문종은 재위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처음부터 혼자였다.
1453년, 계유정난.
숙부 수양대군이 김종서와 황보인을 제거하고 권력을 손에 쥐었다.
2년 후 단종은 왕위를 내주었다.
세조로 즉위한 숙부 앞에서 열네 살 소년은 상왕이 되었고,
이윽고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떠났다.
1456년, 성삼문·박팽년·이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 — 사육신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어 참형을 당했다.
복위의 불씨가 꺼지자, 단종에게 남은 길도 사라졌다.
1457년 음력 10월 21일, 열일곱 살 소년은 영월에서 사사(賜死)되었다.
임금이 내린 죽음이었다.
역사는 241년을 침묵했다.
단종이 왕으로 복권된 것은 1698년, 숙종 때였다.
그제야 장릉이 조성되고, 비로소 그의 이름이 불렸다.

우리는 왜 이 이야기에 울까.
어쩌면 결말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미 정해진 끝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 —
그 무력함과 순수함이, 오늘의 스크린 위에서도 조용히 살아 숨쉬고 있다.
천만 명이 그 앞에 앉았다.
오늘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