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10, 한국 야구가 잃어버린 것

0대10.
콜드게임이었다. 2026 WBC 8강, 한국이 도미니카공화국에 당한 숫자다.
17년 만에 다시 밟은 8강 무대였다.
그것이 마지막 장면이 됐다.

17년 전, 우리는 마지막 아웃까지 버텼다.

2009년 3월 23일, WBC 결승전.
한국은 9회말 2사까지 몰린 상황에서 이범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까지 끌고 갔다. 연장 10회, 이치로의 배트 끝에서 날아간 공이 2타점 결승타가 됐고,
한국은 3대5로 졌다.
그 경기는 훗날 MLB닷컴이 선정한 WBC 역대 최고 명경기 1위가 됐다.

지는 경기도 명경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팀은 알고 있었다.

2006년에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WBC 결승에 올랐다.
일본을 여러 차례 꺾으며 세계 야구계를 놀라게 했던 그 팀이,
2009년에도 결승 무대를 밟았다.
한국 야구의 황금기였다.

그 뒤로 2013년, 2017년, 2023년 — 세 대회 연속 조별 탈락이었다.
올해 8강은 그 오랜 침묵 끝에 얻어낸 자리였다.
그리고 거기서, 0대10을 받아들었다.

한국 야구는 무엇을 잃었을까.
기술인지, 시스템인지, 아니면 그 시절의 절박함인지.
결승까지 싸웠던 팀과 8강에서 무너진 팀 사이에는, 17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다.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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