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심는 날, 청구서는 누구에게 날아가는가

1975년 1월, 유신정권의 압력으로 광고가 사라진 동아일보 지면. 긴급조치가 지배하던 시대의 기록이다.
(국립현대사박물관 소장, Public Domain)

오늘은 식목일이다. 80번째. 1946년 처음 지정된 날. 씨앗을 심는 날.

2026년 4월 4일, 이재명 정부가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재원은 초과 세수 25조 2천억 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 원. 민생 지원과 경기 대응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초과 세수는 이미 걷힌 세금이다. 기금 자체재원도 이미 모아둔 돈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이라도, 지금 쓰는 돈은 누군가가 이미 낸 돈이다.


1974년 1월 8일, 긴급조치 1호가 선포됐다. 같은 달 14일, 긴급조치 3호 —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대통령긴급조치”라는 이름을 달았다. 오일쇼크로 경제가 흔들리자, 박정희 정부는 이것을 “긴급”이라 불렀다.

1979~1981년, 한국의 국내 석유 판매가격은 337% 올랐다. 정부는 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예산을 짰고, 긴급이라는 이름은 위기마다 다시 등장했다.


위기의 청구서는 늘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다. 긴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때, 수신인 란은 자주 비어 있다. 오늘 심은 씨앗이 누구의 손으로 거두어질지.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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