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문, 막힌 출구 —115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어제, 대전에서는 발인이 시작됐다.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에서 불이 났다. 14명이 죽었고, 74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이 발견된 곳은 건물 도면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2층과 3층 사이, ‘2.5층’에 불법 증축된 헬스장.
탈출구도,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 방에서 노동자들은 고립됐다.
공장에는 약 100킬로그램의 나트륨이 저장돼 있었다.
물을 뿌리면 폭발한다. 소방대는 골든타임을 잃었다.
안전관리자는 수차례 경고했다고 한다.
사측은 묵살했다고 한다.

참사가 터지자 온라인에서는 황당한 소문이 번졌다. BTS 광화문 공연에 소방 인력이 빠져나가 대전 화재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었다. 소방청이 공식으로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죽은 이들의 이름 대신 숫자와 의혹이 먼저 퍼지는 것, 이것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풍경이다.

어제가 3월 25일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115년 전 오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에서도 불이 났다.
8층에서 시작된 불은 30분 만에 꺼졌지만, 146명이 이미 죽어 있었다.
주로 이민 온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비상구는 잠겨 있었다.
도난을 막으려고, 공장주가 잠가둔 문이었다. 탈출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9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공장주들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후 30개 이상의 안전 법령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반복됐다.

115년 전 뉴욕에서 잠긴 문이 146명을 죽였다. 2026년 대전에서는 도면에도 없는 방이 14명을 가뒀다.
문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문을 잠근 손의 논리는 같았다.

경고는 있었다. 법도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노동자는 도면에 없는 방에서 죽었고, 자본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음 3월 25일에도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다.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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