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29일.
한국 축구 A매치 통산 1000번째 경기.
상대는 코트디부아르, 1.5군 라인업이었다.
결과는 0대4.
기념비적인 숫자에 걸맞지 않은 숫자가 뒤따랐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말했다.
“개인적인 1대1 싸움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서 실점했다.”
감독은 선수를 탓했다.
전술은 유지했다.
설영우는 소속팀 울산에서 4백을 소화하는 수비수다.
대표팀에서 그는 전혀 다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3백 체제에서의 윙백. 익숙하지 않다고, 어렵다고 말했다.
감독은 “당장 4백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도 3백을 고수했다.
선수는 적응하지 못했고, 감독은 원칙을 지켰다.
수비 숫자는 많았고, 골은 네 개가 들어왔다.
10년 전 같은 이름이 있었다.
2014년, 홍명보 1기.
당시 그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 원칙을 스스로 깼다.
소속팀에서 거의 뛰지 못하던 박주영을 차출했다.
결과는 1무 2패. 홍명보는 사퇴했다.
2014년의 실패는 원칙을 버린 데서 왔다.
2026년의 실패는 원칙을 고집한 데서 왔다.
선수를 전술에 맞춘 게 아니라, 전술에 끼워 맞출 선수를 찾은 것이다.
같은 감독이다.
실패의 경로만 달라졌다.
신문선 교수는 말했다.
“수비 숫자가 많은데 골을 먹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선수들이 해주겠지, 라는 생각은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다.”
기록은 남는다.
1000번째 경기, 0대4.
코트디부아르의 1.5군은 아프리카 최강 전력의 절반이 아니다. A조 주력을 뺀 팀이지만, 그 저변은 여전히 세계 수준이다.
홍명보는 그 팀에 네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전술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무엇을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결과는 분명하다.
오늘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