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 강대국이 바뀌어도, 한국의 자리는 같다

4월 3일은 한국 현대사에서 조용히 무거운 날이다.
강대국들의 냉전 논리가 한반도 위를 가로질렀던 그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6년, 바로 이 날짜에 이런 뉴스가 나왔다.

한국 법무부가 3월 30일, 중국인 대상 복수비자를 대폭 완화했다. 중국 14개 주요 대도시 호적자에게는 기존 5년짜리 복수비자를 10년으로 연장했고, 방문 이력이 있는 중국인에게는 새로 5년 복수비자를 신설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이재명 정부의 한중 관계 강화 기조 속에서 나온 조치였다.

여기서 잠깐, 9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017년, 한국이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때, 중국은 경제 보복으로 응답했다. 롯데마트 중국 내 87개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했고, 한국 관광업은 연간 8조 5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드를 철회하지 않으면 보복을 유지하겠다”는 중국의 압박은, 외교적 수사를 넘어 주권 침해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사드는 그대로다. 보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졌다.
그리고 이번엔 한국이 먼저 비자의 문을 더 넓게 열었다.

이번 완화 조치가 완전한 상호주의는 아니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누리는 비자 혜택과 정확히 같은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 2025년 9월부터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15일 무비자 입국도 허용하고 있다.

이 선택을 “관계 정상화”라고 부를 수도 있다. 실용 외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9년 전 경제 보복을 가한 나라와의 관계를 봉합하는 방식이, 한국이 먼저 문을 여는 것이어야 했는가.

강대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어도, 한국이 서 있는 자리의 좌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이름 붙이는 일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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